탄화규소(SiC)는 오랫동안 전기자동차, 충전기, 태양광 인버터와 산업용 전력반도체를 위한 핵심 소재로 알려져 왔다.
넓은 밴드갭, 높은 절연파괴 전계와 우수한 고온 특성 때문에 SiC는 고전압·고효율 전력소자에 특히 적합하다.
하지만 2026년 들어 SiC의 또 다른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바로 인공지능 반도체의 열 관리와 첨단 패키징이다.
AI 프로세서의 전력밀도가 계속 증가하면서 칩에서 발생한 열을 얼마나 빠르게 제거할 수 있는지가 성능과 신뢰성을 제한하는 핵심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높은 열전도도와 기계적 강성을 동시에 가진 단결정 SiC가 히트스프레더와 인터포저 후보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2026년 8월 코히런트는 AI 반도체 고객을 대상으로 300mm 고열전도 SiC 기판 샘플 공급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내부 기술 개발 단계를 넘어 실제 고객 평가 단계로 이동했다는 의미다.
AI 칩은 왜 이렇게 많은 열을 발생시키는가
최근 AI 패키지는 하나의 연산 칩만 포함하지 않는다.
고성능 GPU나 AI 가속기 주변에 여러 개의 HBM과 칩렛이 배치되고, 이들은 대형 인터포저와 패키지 기판 위에서 통합된다.
연산량이 증가하면 소비전력이 증가하고 결국 대부분의 전력은 열로 전환된다.
문제는 열이 항상 균일하게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프로세서 내부에는 특정 영역에 열이 집중되는 핫스폿이 나타날 수 있다.
패키지 전체가 커질수록 이 열을 냉각 장치까지 효율적으로 전달하기도 어려워진다.
따라서 AI 반도체 열 관리에서는 단순히 수직 방향으로 열을 빼내는 것뿐 아니라 열을 넓은 면적으로 빠르게 확산시키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히트스프레더의 역할
히트스프레더(Heat Spreader)는 열을 직접 외부로 방출하는 방열판과 약간 다른 역할을 한다.
칩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열을 더 넓은 면적으로 분산시킨 뒤 냉각판이나 액체 냉각 시스템으로 전달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열전도도가 높은 소재일수록 이러한 열 확산에 유리하다.
실리콘도 비교적 우수한 열전도 소재이지만, 고품질 단결정 SiC는 실리콘보다 훨씬 높은 열전도도를 구현할 수 있다.
코히런트가 공개한 상용 SiC 소재의 대표적인 열전도도는 약 370W/m·K 수준이며, 실제 값은 결정 방향, 도핑, 불순물과 측정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SiC는 고전력 AI 칩에서 열을 빠르게 분산시키는 소재로 평가받고 있다.
SiC가 구리보다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구리도 매우 높은 열전도도를 가진다.
따라서 단순히 열전도도만 비교하면 SiC가 모든 경우에 더 우수하다고 말할 수 없다.
SiC가 주목받는 이유는 열전도도뿐 아니라 기계적 강성, 열적 안정성, 반도체 웨이퍼 가공과의 호환성을 동시에 갖기 때문이다.
SiC는 정밀 연마와 웨이퍼 공정이 가능하며 필요에 따라 미세구조나 관통 구조를 형성할 수도 있다.
따라서 단순한 금속판이 아니라 구조용 기판과 방열 소재를 동시에 담당할 가능성이 있다.
300mm SiC가 중요한 이유
기존 SiC 산업은 100mm에서 150mm, 그리고 200mm로 성장해 왔다.
주된 목적은 전력반도체 생산 효율을 높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300mm SiC가 가능해지면 적용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대부분의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와 패키징 인프라는 이미 300mm 규격을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다.
300mm SiC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면 기존 반도체 장비를 활용하여 대형 히트스프레더나 인터포저를 가공할 가능성이 커진다.
울프스피드는 2026년 3월 300mm SiC 기술을 AI와 고성능컴퓨팅용 이종집적 패키징 소재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개념을 공개했다.
회사 측은 SiC의 열전도도, 기계적 강성, 전기적 특성을 활용한 대형 인터포저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리고 같은 해 8월 코히런트가 300mm 고열전도 SiC를 실제 AI 고객에게 샘플링하기 시작하면서 이 방향은 단순한 연구 개념에서 고객 평가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SiC 인터포저 가능성
현재 AI 첨단 패키징에서는 주로 실리콘 인터포저가 사용된다.
실리콘은 미세배선과 관통전극 공정이 매우 성숙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패키지의 전력밀도가 계속 높아지면 인터포저 자체의 열 확산 성능도 중요해질 수 있다.
SiC를 인터포저로 사용하면 칩 바로 아래에서 발생한 열을 보다 빠르게 횡방향으로 확산시킬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는 아직 초기 단계다.
SiC는 실리콘보다 가공 비용이 높고, 관통 구조와 미세배선 형성 기술도 실리콘만큼 성숙하지 않다.
따라서 향후 SiC가 모든 실리콘 인터포저를 대체하기보다는 열 문제가 특히 심각한 고전력 AI 패키지에서 선택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더 현실적이다.
평탄도와 TTV가 방열 성능에도 영향을 준다
열전도도가 높다고 해서 바로 좋은 히트스프레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칩과 SiC 사이의 계면에 틈이 있으면 열 저항이 증가한다.
따라서 SiC 기판의 표면이 충분히 평탄해야 하며 전체 두께 편차와 휨도 낮아야 한다.
표면이 불균일하면 열 인터페이스 재료가 두꺼워지거나 일부 영역에 공극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공극은 열전도 경로를 방해한다.
즉, AI 열 관리용 SiC에서는 기존 전력반도체용 웨이퍼와 마찬가지로 정밀한 연마 품질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확인해야 할 항목은 전체 두께 편차, 평탄도, 휨, 뒤틀림, 표면 거칠기와 입자 수준이다.
결정 품질도 열전도도에 영향을 준다
전력반도체용 SiC에서는 마이크로파이프, 기저면 전위와 나사 전위 같은 결정 결함이 중요한 품질 요소다.
열 관리용 SiC에서는 열을 전달하는 격자 진동의 이동도 중요하다.
불순물과 결정 결함이 많으면 열 전달 과정에서 산란이 증가하여 실제 열전도도가 낮아질 수 있다.
따라서 고열전도 SiC에서는 단순히 외형과 연마 품질뿐 아니라 불순물 수준과 결정 완전성도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열 관리용 SiC는 일반적인 구조용 SiC 세라믹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단결정 SiC와 SiC 세라믹은 다르다
SiC라는 이름이 같아도 모든 소재가 같은 열전도도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단결정 SiC는 결정립 경계가 없고 높은 결정 연속성을 갖기 때문에 매우 높은 열전도도를 구현할 수 있다.
반면 다결정 SiC나 SiC 세라믹은 기공, 결정립계, 소결 첨가제와 불순물에 따라 열전도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AI 히트스프레더용 소재를 구매할 때 단순히 “SiC”라고 지정하기보다 단결정 여부와 열전도도, 결정 방향, 기판 두께와 표면 상태를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앞으로 중요한 평가 항목
AI 패키징용 SiC를 평가할 때는 전력반도체용 웨이퍼와 다른 사양도 필요할 수 있다.
열전도도와 열확산도뿐 아니라 두께, 전체 두께 편차, 휨, 뒤틀림, 평탄도, 표면 거칠기, 열팽창계수와 접합 방식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또한 최종 제품이 히트스프레더인지, 인터포저인지, 미세유로 냉각 구조인지에 따라 필요한 가공 조건도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높은 열전도도를 가진 소재를 선택하는 것보다 전체 패키지 구조에 적합한 SiC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력반도체 소재에서 AI 패키징 소재로
현재 고열전도 SiC를 이용한 AI 패키징은 아직 초기 시장이다.
실리콘, 구리, 질화알루미늄과 다이아몬드 등 기존 방열 소재를 즉시 대체하는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2026년에는 중요한 변화가 나타났다.
300mm SiC가 AI와 고성능컴퓨팅 패키징을 위한 소재 플랫폼으로 공개됐고, 실제 AI 반도체 고객을 대상으로 샘플 평가도 시작됐다.
이는 SiC 산업에 새로운 가능성을 의미한다.
과거 SiC의 핵심 질문이 “더 좋은 전력소자를 만들 수 있는가”였다면 앞으로는 새로운 질문이 추가될 수 있다.
더 뜨거워지는 AI 칩의 열을 SiC가 더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가.
AI 칩의 전력밀도가 계속 증가한다면 고열전도 SiC, 정밀 연마 SiC와 대구경 SiC 가공 기술의 중요성도 함께 커질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