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나노 반도체 배선 소재가 바뀐다: 구리 다음 후보 ‘루테늄’이 주목받는 이유

반도체 미세화 경쟁이 3나노를 넘어 2나노 이하로 향하면서 트랜지스터 구조뿐 아니라 칩 내부의 금속 배선 소재도 중요한 기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반도체 배선의 대표 소재는 구리(Cu)였다. 구리는 낮은 전기저항과 우수한 전도성을 바탕으로 알루미늄을 대체하며 첨단 반도체의 핵심 배선 소재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배선 폭이 수십 나노미터에서 10나노미터 이하 영역으로 줄어들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구리 배선이 지나치게 얇아지면 전자의 표면 산란과 결정립계 산란이 증가하면서 저항이 급격하게 높아진다. 이에 따라 차세대 반도체에서는 기존 구리만으로 배선 미세화를 계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차세대 배선 소재 후보로 주목받고 있는 금속이 바로 **루테늄(Ruthenium, Ru)**이다.

최근에는 루테늄의 결정 구조를 제어해 초미세 배선의 저항을 크게 낮추는 연구 결과까지 발표되면서 2나노 이하 반도체 배선 소재 경쟁이 한층 더 빨라지고 있다.

왜 지금까지 반도체 배선에는 구리를 사용했을까?

반도체 칩 내부에는 트랜지스터와 트랜지스터를 연결하는 매우 복잡한 금속 배선망이 존재한다.

이 배선은 전기 신호와 전력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과거에는 알루미늄이 널리 사용됐지만 반도체의 집적도가 높아지면서 더 낮은 저항과 높은 신뢰성을 가진 구리가 주력 소재로 자리 잡았다.

구리는 벌크 상태에서 약 1.68 μΩ·cm 수준의 낮은 비저항을 가지기 때문에 전기적 특성만 보면 매우 뛰어난 금속이다.

하지만 문제는 배선 크기가 계속 작아진다는 점이다.

반도체 배선이 충분히 두꺼울 때는 구리의 낮은 벌크 비저항이라는 장점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반면 배선 폭과 두께가 수 나노미터 수준으로 줄어들면 전자의 이동이 금속 내부뿐 아니라 표면, 계면, 결정립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결국 구리의 가 큰 장점이었던 낮은 전기저항이 초미세 영역에서는 빠르게 약해질 수 있다.

2나노 이하에서 구리 배선의 저항이 급격히 증가하는 이유

금속 내부에서 전자는 완전히 직선으로 이동하지 않는다.

결정 구조와 다른 전자, 불순물, 표면 및 결정립계와 충돌하면서 이동한다.

이때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전자 평균 자유 행로(Electron Mean Free Path, EMFP)**다.

구리의 전자 평균 자유 행로는 약 39~40 nm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배선 폭이 이보다 충분히 크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배선 크기가 전자의 평균 자유 행로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작아지면 전자가 배선 표면과 결정립계에 충돌하는 비율이 급격히 증가한다.

그 결과 배선이 좁아질수록 구리의 비저항이 빠르게 증가한다.

반면 루테늄의 전자 평균 자유 행로는 약 6 nm 수준으로 구리보다 훨씬 짧다.

따라서 벌크 상태에서는 구리의 저항이 훨씬 낮지만, 배선 크기가 극단적으로 작아질수록 루테늄의 저항 증가 폭은 상대적으로 작을 수 있다.

최근 연구에서도 약 5 nm에 가까운 초박막 영역에서는 Ru와 같은 일부 대체 금속이 Cu와 경쟁할 수 있는 전기적 특성을 나타낼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즉 중요한 것은 단순한 벌크 비저항이 아니다.

“금속을 얼마나 작게 만들었을 때도 낮은 저항을 유지할 수 있는가”가 차세대 배선 소재 선택의 핵심 기준이 되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 구리에는 배리어층이 필요하다

구리 배선의 문제는 전기저항만이 아니다.

Cu는 주변 절연막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배선 주변에 **확산 방지막(Barrier Layer)**과 라이너(Liner)를 형성해야 한다.

기존 배선에서는 이러한 층이 차지하는 공간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하지만 배선 자체가 계속 좁아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전체 배선 폭이 크게 줄어들어도 배리어층의 두께를 같은 비율로 계속 줄이기는 어렵다.

그 결과 실제로 전류가 흐를 수 있는 구리 영역이 줄어들게 된다.

이는 배선 저항 증가로 이어진다.

루테늄이 주목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도 여기에 있다.

Ru는 공정 구조에 따라 매우 얇은 라이너 또는 **배리어가 없는 구조(Barrier-less Integration)**를 구현할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다.

배리어층이 줄어들면 같은 배선 공간 안에서도 실제 전도성 금속이 차지할 수 있는 면적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초미세 배선에서 유리하다.

루테늄은 어떤 금속인가?

루테늄은 백금족 금속 가운데 하나로 화학 기호는 Ru다.

루테늄이 차세대 반도체 배선 소재로 연구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째, 초미세 구조에서 전기저항 증가가 상대적으로 완만하다.

둘째, 높은 열적 안정성을 가지고 있다.

셋째, 산화에 대한 안정성이 비교적 우수하다.

넷째, 일부 구조에서는 두꺼운 확산 방지막 없이 배선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

다섯째, 미세 배선에서 중요한 전자이동(Electromigration) 신뢰성 측면에서도 장점이 기대되고 있다.

따라서 루테늄은 단순히 구리보다 전기가 잘 통하기 때문에 주목받는 소재가 아니다.

오히려 벌크 비저항만 놓고 보면 구리가 더 우수하다.

Ru의 핵심 장점은 배선 폭이 매우 작아졌을 때 나타나는 특성에 있다.

2026년 연구가 주목받은 이유: 탄소를 넣었다가 다시 제거한다

2026년 8월 발표된 연구에서는 루테늄 배선의 또 다른 문제인 결정립계 산란을 줄이는 새로운 방법이 제시됐다.

GIST, 삼성전자 SAIT, MIT 연구진은 루테늄 박막 성장 과정에 극미량의 탄소를 이용했다.

일반적으로 금속 배선 안의 불순물은 전기적 특성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연구진은 탄소를 최종 소재에 남기는 첨가제가 아니라 결정 성장을 돕는 일시적인 촉진제로 활용했다.

루테늄에 극미량의 탄소를 넣고 열처리를 진행하면 탄소가 결정립계로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루테늄 원자의 이동과 결정립 성장이 촉진된다.

역할을 마친 탄소는 이후 빠져나간다.

결국 탄소는 최종 배선 소재의 주요 구성 성분으로 남지 않으면서 루테늄의 결정 구조를 개선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결정립 크기가 약 13 nm에서 91.7 nm로 증가

연구 결과는 상당히 흥미롭다.

0.48 at%의 탄소를 사용했을 때 효과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다.

450°C 열처리 후 루테늄의 평균 결정립 크기는 약 13 nm에서 91.7 nm까지 증가했다.

7배 이상 커진 것이다.

결정 방향 정렬도 역시 최대 99.3% 수준까지 향상됐다.

결정립 크기가 중요한 이유는 전자가 이동하는 과정에서 만나야 하는 결정립계의 수와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작은 결정이 존재하면 전자는 이동하면서 여러 결정립계를 지나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산란이 증가하고 저항도 높아진다.

반대로 결정립이 커지면 전자가 통과해야 하는 결정립계의 수가 줄어들 수 있다.

결과적으로 배선의 전기저항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실제 배선 저항 45.4% 감소

결정 구조 개선은 실제 전기적 특성 변화로 이어졌다.

8 nm 두께의 Ru 박막에서는 비저항이 11.2 μΩ·cm까지 낮아졌으며, 탄소를 사용하지 않은 Ru 대비 약 29% 감소했다.

더 중요한 결과는 실제 초미세 배선 구조에서 나타났다.

연구진이 제작한 미세 구조에서는 배선 저항이 45.4% 감소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금속 소재를 찾는 것뿐 아니라 동일한 소재에서도 결정립 크기와 결정 방향을 어떻게 제어하는가가 차세대 반도체 배선 성능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보여준다.

좁고 깊은 3D 구조에서도 적용 가능성 확인

첨단 반도체는 평면 구조만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트랜지스터와 배선 모두 점차 3차원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배선 소재는 단순한 평면 박막뿐 아니라 좁고 깊은 구조에서도 균일하게 증착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종횡비가 약 33:1인 좁고 깊은 트렌치 구조에도 약 12 nm 두께의 Ru를 형성했다.

그 결과 측벽과 바닥에서 약 99.1%의 높은 균일도가 확인됐으며, 복잡한 구조에서도 Ru 결정의 방향성이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향후 고집적 3D 반도체 구조와 초미세 배선에 적용할 가능성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결과다.

그렇다면 루테늄이 구리를 완전히 대체할까?

현재 단계에서 그렇게 단정하기는 어렵다.

반도체 소재가 새로운 공정에 채택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전기저항 하나만 우수해서는 안 된다.

다양한 조건을 동시에 만족해야 한다.

1. 소재 비용

루테늄은 구리에 비해 희소한 금속이며 가격과 공급망 측면에서 부담이 존재한다.

초미세 배선에 사용되는 실제 금속량은 많지 않더라도 대량 생산에서는 소재 비용과 공급 안정성이 중요한 변수다.

2. 증착 공정

수 나노미터 크기의 구조에서는 균일한 금속 증착 기술이 중요하다.

특히 높은 종횡비를 가진 구조에서는 측벽과 바닥까지 균일하게 Ru를 증착할 수 있는 공정 기술이 필요하다.

3. 식각과 패터닝

새로운 배선 구조에서는 기존 Cu 다마신 공정과 다른 접근이 필요할 수 있다.

Ru는 감산 식각(Subtractive Etch) 방식 및 세미 다마신(Semi-Damascene) 구조와 함께 연구되고 있다.

따라서 소재뿐 아니라 전체 공정 흐름을 함께 개발해야 한다.

4. 열처리 안정성

열처리는 결정립을 성장시켜 저항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지나친 열처리는 오히려 구조 안정성과 수율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2026년 발표된 또 다른 연구에서는 18~22 nm 피치의 Ru 나노배선을 열처리했을 때 선 저항은 약 10% 감소했지만, 측벽 형상 변화로 일부 단락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결과도 보고됐다.

따라서 Ru 상용화를 위해서는 전기적 성능과 구조 안정성을 동시에 만족하는 열 공정 조건을 확보해야 한다.

5. 대량 생산 신뢰성

초기 실험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바로 양산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300 mm 웨이퍼 전체에서 균일한 특성을 확보하고 장기간 동작 시 발생할 수 있는 전자이동, 열화, 계면 변화 및 결함 문제까지 검증해야 한다.

Ru뿐 아니라 새로운 Ru계 화합물도 연구되고 있다

최근 연구 방향은 순수 루테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2026년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2,106개의 Ru 기반 이원계·삼원계·사원계 화합물을 계산 방법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나노미터 영역에서의 저항 스케일링과 신뢰성 측면에서 유망한 61개 후보 소재가 선별됐다.

이는 앞으로 차세대 배선 소재 경쟁이 단순히

Cu vs Ru

구도가 아니라

Cu → Ru → Ru 기반 합금 및 화합물

방향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2나노 시대에는 ‘트랜지스터’만 바뀌는 것이 아니다

반도체 미세화라고 하면 흔히 트랜지스터의 선폭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 첨단 반도체 성능은 트랜지스터뿐 아니라 이를 연결하는 배선의 성능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트랜지스터가 아무리 빠르게 동작해도 배선 저항과 정전용량이 커지면 신호 전달 과정에서 RC 지연이 발생한다.

전력 소비와 발열도 증가할 수 있다.

특히 2나노 이하 공정에서는 기존 소재와 구조를 단순히 축소하는 방식만으로 성능 향상을 이어가기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트랜지스터 구조 변화와 함께

  • 새로운 배선 금속
  • 새로운 배리어 및 라이너 소재
  • 저유전율 절연막
  • 세미 다마신 구조
  • 에어갭
  • 3D 배선
  • 새로운 증착 및 식각 기술

등이 동시에 발전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Ru는 차세대 배선 기술을 구성하는 중요한 후보 소재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루테늄 연구가 의미하는 차세대 반도체 소재의 변화

루테늄 배선 연구가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변화는 단순히 “구리를 다른 금속으로 바꾼다”는 것이 아니다.

반도체 구조가 나노미터 수준으로 작아질수록 소재 선택 기준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과거에는 벌크 상태의 전기전도도, 열전도도, 기계적 특성이 소재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었다.

하지만 초미세 반도체에서는

표면 특성, 결정립계, 계면, 전자 평균 자유 행로, 박막 두께, 결정 방향, 열처리 조건

같은 요소가 실제 소자의 성능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로 바뀌고 있다.

같은 루테늄이라도 결정립 크기와 방향성을 어떻게 제어하느냐에 따라 배선 저항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최근 연구 결과가 이를 잘 보여준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Cu의 종말’이 아니라 소재의 다변화

루테늄 연구가 활발해졌다고 해서 구리가 곧 반도체 산업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구리는 이미 매우 성숙한 공정 생태계와 높은 생산성을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여러 배선층에서 계속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차세대 반도체에서는 배선 위치와 크기에 따라 서로 다른 금속을 사용하는 선택적 소재 적용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상대적으로 넓은 배선에서는 Cu를 계속 사용하고, 극도로 좁은 배선이나 특정 접촉 구조에서는 Ru, Co, Mo 또는 새로운 금속 화합물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결국 2나노 이하 반도체 시대의 핵심은 하나의 금속이 모든 배선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각 구조에 가장 적합한 소재를 선택하는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

루테늄은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가장 주목받는 후보 가운데 하나다.

최근의 결정립 제어 기술이 실제 양산 수준의 공정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그리고 Ru가 어떤 배선층에서 먼저 상용화될지는 앞으로 첨단 반도체 소재 산업에서 지켜볼 중요한 기술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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