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시장의 성장과 함께 탄화규소(SiC)는 지난 몇 년 동안 650 V, 1200 V, 1700 V급 전력반도체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특히 전기자동차의 주 구동 인버터와 급속 충전기, 태양광 인버터, 에너지저장장치가 대표적인 응용 분야였다.
그러나 2026년 SiC 기술의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적용 전압 범위가 훨씬 높은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2026년 3월 Wolfspeed는 업계 최초로 상용 공급 가능한 10,000 V SiC 전력 MOSFET을 발표했다. 기존 자동차용 1200 V SiC 소자와 비교하면 전압 등급이 크게 높아진 제품으로, 전력망 현대화, 산업 전기화, 고출력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등의 중전압 응용을 겨냥하고 있다.
이어 2026년 6월 GE Aerospace와 Wolfspeed는 10 kV SiC MOSFET 다이 공급과 고전압 전력 모듈 규격 개발을 위한 협력을 발표했다. 적용 대상으로는 고체 변압기, 산업용 전력 시스템, 항공우주 및 방위 분야 등이 포함됐다.
이러한 변화는 SiC가 자동차 중심의 전력반도체를 넘어 본격적인 초고전압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왜 전력 시스템은 더 높은 전압을 필요로 하는가?
전력 시스템에서 전압을 높이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동일한 전력을 더 낮은 전류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력은 다음 관계로 표현할 수 있다.
P = V × I
즉, 동일한 전력을 공급할 때 전압을 높이면 필요한 전류를 낮출 수 있다.
대형 산업 장비, 전력망, 철도, 선박, 항공기 및 대규모 데이터센터처럼 수백 kW에서 MW급 전력을 사용하는 시스템에서는 이 차이가 매우 중요하다.
전류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케이블과 버스바가 두꺼워지고 전도 손실이 증가한다. 커넥터와 냉각 시스템도 커져야 한다.
반대로 전압을 높이면 전력 배선 시스템의 크기와 무게를 줄이고 전체 시스템 효율을 개선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높은 전압을 효율적으로 스위칭할 수 있는 전력반도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전압에서 SiC가 유리한 이유
실리콘과 비교했을 때 4H-SiC는 넓은 밴드갭과 높은 임계 항복 전계를 갖는다.
따라서 높은 전압을 견디기 위해 필요한 드리프트 영역을 상대적으로 얇게 만들 수 있다.
이는 고전압 소자의 도통 저항을 낮추는 데 중요한 장점이 된다.
또한 SiC는 높은 열전도도와 높은 온도에서의 안정적인 전기 특성을 갖기 때문에 고전력 밀도 시스템에 적합하다.
전압이 1200 V 수준에서 3.3 kV, 6.5 kV, 10 kV 수준으로 올라갈수록 이러한 재료 특성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기존 실리콘 IGBT를 이용해 매우 높은 전압을 처리하려면 여러 소자를 직렬로 연결하거나 복잡한 다단 전력변환 구조가 필요할 수 있다.
고전압 SiC MOSFET을 사용하면 필요한 스위치 수를 줄이고 시스템 구조를 단순화할 가능성이 있다.
고체 변압기가 중요한 새로운 응용 분야
10 kV SiC가 주목받는 대표적인 응용 분야가 **고체 변압기(Solid-State Transformer)**다.
기존 전력망에서는 철심과 코일을 이용한 전통적인 변압기가 사용된다.
높은 신뢰성과 성숙한 기술을 갖고 있지만 크기와 무게가 크고 능동적인 전력 제어 기능은 제한적이다.
고체 변압기는 전력반도체와 고주파 변압기를 이용해 전압을 변환한다.
스위칭 주파수가 높아지면 자기소자의 크기를 줄일 수 있고, 전압과 전력 흐름을 보다 능동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하지만 수 kV 이상의 중전압을 직접 처리하려면 매우 높은 내전압을 갖는 전력반도체가 필요하다.
10 kV SiC MOSFET은 이러한 시스템에서 여러 저전압 소자를 복잡하게 직렬 연결해야 하는 부담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
초고전압에서는 에피택시가 더욱 중요하다
10 kV SiC MOSFET에서 중요한 것은 MOSFET 구조만이 아니다.
고전압을 실제로 지지하는 핵심 영역 가운데 하나가 SiC 기판 위에 성장한 에피택시층이다.
소자의 요구 항복 전압이 높아질수록 일반적으로 더 두꺼운 드리프트 에피층이 필요하다.
이때 에피층 두께와 도핑 농도의 균일성이 매우 중요하다.
에피층이 설계값보다 얇으면 요구되는 항복 전압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반대로 지나치게 두꺼우면 전기저항이 증가할 수 있다.
도핑 농도도 마찬가지다.
도핑 농도가 높으면 전도 저항을 줄이는 데 유리하지만 항복 전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너무 낮으면 고전압 특성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온저항이 증가한다.
따라서 초고전압 SiC는 단순히 두꺼운 에피층을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두께와 도핑을 동시에 매우 균일하게 제어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결정 결함이 수율과 신뢰성에 미치는 영향
SiC 단결정에는 여러 종류의 결정 결함이 존재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결함으로는 마이크로파이프, 나사형 전위, 관통형 전위, 기저면 전위 등이 있다.
모든 결함이 동일한 방식으로 소자를 파괴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압이 높아지고 칩 면적이 커질수록 결정 결함과 활성 소자 영역이 만날 확률도 커질 수 있다.
고전압 SiC에서는 단순히 한 개 소자의 최고 성능보다 전체 웨이퍼에서 얼마나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따라서 초고전압 소자가 확대될수록 SiC 기판의 결정 결함 밀도와 에피택시 품질에 대한 요구도 함께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항공우주 분야에서도 SiC가 확대되는 이유
항공기는 전력 시스템의 무게가 매우 중요하다.
케이블, 냉각 시스템, 변환기와 전동기 등 모든 장비의 무게가 항공기의 연료 효율과 운항 성능에 영향을 준다.
전압을 높이면 동일한 전력을 더 작은 전류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전력 케이블의 크기와 무게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동시에 전기 추진, 전동 액추에이터, 레이더 및 전자장비가 증가하면서 항공기 내부의 전력 요구량도 높아지고 있다.
GE Aerospace가 10 kV SiC MOSFET 기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
2026년에는 SiC MOSFET과 고밀도 패키징 기술을 적용한 고전압 전력 제어 장치도 생산 준비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초고전압 SiC에는 새로운 패키징 기술도 필요하다
10 kV 반도체 칩이 있다고 해서 바로 10 kV 전력 모듈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압이 높아지면 패키지 내부의 절연 구조가 매우 중요해진다.
칩 사이의 거리, 금속 배선 구조, 세라믹 기판, 절연재, 부분 방전 및 전계 집중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특정 위치에 전계가 집중되면 반도체 칩 자체가 정상이어도 패키지에서 절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초고전압 SiC의 상용화는 웨이퍼뿐만 아니라 에피택시, 금속화, 세라믹 기판과 전력 모듈 기술까지 함께 발전해야 한다.
SiC 시장은 자동차를 넘어가고 있다
전기자동차는 앞으로도 SiC의 중요한 시장이다.
그러나 2026년 이후 SiC 성장 가능성을 자동차 시장 하나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전력망, 산업 전기화, 데이터센터, 철도, 선박 및 항공우주 분야에서도 더 높은 전압과 더 높은 전력 밀도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3.3 kV 이상의 중전압 영역은 SiC의 높은 항복 전계와 낮은 스위칭 손실이라는 장점이 더욱 강하게 나타날 수 있는 영역이다.
10 kV SiC MOSFET의 상용화는 단순히 새로운 제품 하나가 출시됐다는 의미가 아니다.
SiC 전력반도체의 적용 범위가 저전압·중전압·초고전압을 포함하는 훨씬 넓은 전력 인프라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