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패키지가 대형화되면서 차세대 패키징용 유리기판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기존 유기기판은 오랫동안 반도체 패키징의 핵심 소재로 사용되어 왔지만, AI 가속기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하나의 대형 패키지 안에 더 많이 집적하면서 새로운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패키지 면적이 커질수록 열에 의한 휨이 증가하고, 더 미세한 배선과 높은 입출력 밀도를 구현하기 어려워진다.

이러한 배경에서 유리기판은 낮은 열팽창, 우수한 평탄도, 미세배선 구현 가능성 때문에 차세대 AI 패키징 소재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2026년 들어 유리관통전극(TGV) 가공과 유리 코어 양산을 둘러싼 경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기는 2026년 7월 일본 스미토모화학 계열사와 유리 코어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했으며, 국내 여러 소재·부품·장비 기업들도 TGV 가공, 금속 충진, 검사 장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왜 유리기판인가
유리기판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대형 패키지에서의 치수 안정성이다.
AI 반도체 패키지는 중앙의 연산 칩뿐 아니라 여러 개의 HBM, 칩렛, 전력 공급 구조와 고밀도 배선을 동시에 포함한다.
이 과정에서 서로 다른 소재의 열팽창계수 차이가 커지면 패키지가 휘거나 접합 계면에 응력이 발생할 수 있다.
유리는 적절한 조성을 선택할 경우 비교적 낮은 열팽창과 높은 치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표면이 평탄하기 때문에 미세한 재배선층을 형성하기에 유리하다.
하지만 유리기판의 장점만으로 양산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현재 가장 큰 기술적 과제 중 하나는 TGV이다.
TGV가 유리기판의 핵심이 되는 이유
TGV는 유리 내부에 미세한 구멍을 만들고 여기에 도전성 금속을 형성하여 기판의 상부와 하부를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기술이다.
원리는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 공정에서는 매우 높은 정밀도가 필요하다.
유리 내부에 홀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미세균열이 발생할 수 있고, 홀의 직경과 테이퍼가 일정하지 않으면 이후 금속 도금과 충진 과정에서 결함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유리 두께가 증가하면 종횡비가 높아져 가공 난도가 더욱 높아진다.
2026년 9월 한국의 필옵틱스는 2.0mm 두께 유리에서 수백만 개 수준의 미세홀을 가공하면서 결함률을 사실상 0에 가깝게 낮춘 TGV 샘플을 공개했다. 해당 샘플은 510×515mm 양산형 패널 규격으로 소개되었으며, 두꺼운 유리에서도 안정적인 미세홀 가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이러한 변화는 유리기판 산업의 경쟁 초점이 단순한 연구개발에서 실제 양산 수율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왜 2.0mm처럼 두꺼운 유리가 등장하는가
AI 패키지가 커질수록 기판 전체의 휨을 억제하기가 어려워진다.
얇은 유리는 가볍고 가공하기 쉽지만 면적이 커질수록 기계적 강성이 부족할 수 있다.
따라서 대형 패키지에서는 보다 두꺼운 유리 코어를 사용하여 전체 구조의 강성을 높이는 접근이 검토되고 있다.
한국의 JNTC는 2026년 7월 2.0mm 두께의 단일 유리를 사용한 TGV 유리기판을 개발하고 일본 TOPPAN과 상용화 협력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기존처럼 1.0mm 유리 두 장을 접합하지 않고 하나의 2.0mm 유리를 사용하는 방식을 제시했으며, 최대 94% 수준의 양산 수율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는 중요한 변화다.
앞으로 유리기판 경쟁은 단순히 더 얇고 미세한 구조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대형 AI 패키지를 안정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두께와 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미세균열 제어가 중요한 이유
유리는 경도가 높고 표면 품질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지만 취성 재료라는 한계가 있다.
레이저 가공이나 식각 과정에서 아주 작은 미세균열이 발생하면 초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더라도 후속 공정이나 열 사이클 과정에서 균열이 성장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단순히 홀 직경만 검사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홀 입구와 출구의 형상, 내부 측벽 상태, 미세균열, 잔류응력과 주변 결함까지 함께 평가해야 한다.
2026년 9월 국내 검사장비 기업 큐빅셀은 홀로그래피 기반 광학 기술을 이용해 TGV 내부 미세균열을 마이크로미터 수준으로 검사하는 전 공정 검사 장비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TGV가 이제 단순 가공 기술이 아니라 가공과 검사, 금속 충진, 신뢰성을 함께 관리해야 하는 종합 공정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구리 충진도 또 하나의 난제
TGV 홀을 만들었다고 해서 공정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홀 내부에 구리 등 도전성 소재를 안정적으로 형성해야 한다.
홀 내부에 빈 공간이나 이음부가 남으면 전기저항 증가와 장기 신뢰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유리와 구리는 물성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계면 접착력 확보도 중요하다.
2026년 한국 업체들은 기존 전해도금뿐 아니라 다양한 금속 충진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공정 시간을 단축하면서 결함률을 낮추는 방향으로 경쟁하고 있다.
앞으로는 홀을 얼마나 작게 만들 수 있는가보다 얼마나 균일하게 만들고 안정적으로 금속을 채울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유리기판에서 확인해야 할 주요 품질 요소
AI 패키징용 유리기판을 평가할 때는 단순한 외형 치수만 확인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기판 두께와 전체 두께 편차, 휨과 뒤틀림, 표면 평탄도, 표면 거칠기, TGV 직경과 피치, 홀 위치 정확도, 측벽 품질, 미세균열, 금속 충진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특히 대형 패널로 갈수록 한 부분의 국부적인 결함이 전체 패키지 수율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유리기판 공급업체의 경쟁력은 소재 자체뿐 아니라 정밀 가공과 검사 능력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2027~2028년이 중요한 이유
현재 한국 기업들의 로드맵을 보면 2027년부터 일부 유리기판과 관련 공정의 양산 적용을 목표로 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JNTC는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SK앱솔릭스 역시 유리기판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SEMI 관련 시장 전망에서는 고성능 유리기판의 본격적인 양산 시점을 2028년 전후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2026년은 단순한 연구개발의 해라기보다 실제 양산 가능성을 검증하는 전환점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의 경쟁은 “유리기판을 만들 수 있는가”가 아니라 다음 질문으로 이동할 것이다.
대형 유리기판을 낮은 휨, 낮은 결함률, 안정적인 TGV 품질로 반복 생산할 수 있는가.
AI 반도체 패키지가 계속 대형화되는 만큼 유리기판 시장에서도 두께, 평탄도, TGV 가공과 정밀 검사가 핵심 경쟁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